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티스토리 툴바


철없던 석사생 시절에는 논문을 쓰고,
아무에게나 기술평이나 퇴고를 부탁한 적이 두어 번 정도 있었다.
하지만 박사 과정에 들어와서야 개인적인 review를 함부로 부탁하는 것이
민폐 내지는 무례한 행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런 행동들을 후회한다.

박사 과정에 들어와서 다른 사람들 논문을 여러 번 review해 보니,
Review를 부탁하거나 해주는 것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험으로는 적어도 2 ~ 3일, 길면 일주일까지도 review 에만 매달려야
저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review 하는 사람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논문 review 하는데 주어진 시간을 다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몇 시간 읽어 보고 그냥 해주면 부탁한 사람도 별 도움을 못 받고, 
해준 사람의 입장에서도 시간 낭비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부탁 받게 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위의 문제가 꽤 고민스럽기 때문에,
나름의 기준을 세운 것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성껏 해주되
(내가 공저자이거나 학회나 저널의 editorial board에서 공식적인 요청이 온 경우),
그 외의 개인적인 review 부탁은 거절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매우 각별한 사람이 부탁하는 경우는 예외로 해줄때도 있다.
그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성껏 해준다.

그런데 오늘 내가 곤혹스러웠던 것은
내가 공저자도 아닌데, 그렇다고 각별한 사이도 아닌데,
개인적인 review를 부탁 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선배님이다. 그러니 곤혹스러운 거다...)
내가 고작 몇 시간 읽어보고 머리를 쥐어짜낸 의견을 써줘봤자 논문의 질 안 올라간다.
이건 겸손이라기 보다 진실이다. 이 진실을 나름 정중하게 담아서 거절하려 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 그분이 내게 원했던 대답은 "네, 잘 살펴보고 의견 드리겠습니다." 였다.
이제 내가 그분께 보여 드릴 성의는 몇 시간에 걸친 정독과 한 장 정도의 review sheet 뿐이다.
거기에 "아이디어가 인상적입니다, 이것은 상당한 장점입니다" 등의 자신감 향상 멘트도 곁들여야 할 것 같고...
하지만 아마도 그분에게 그리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럼 이제 몇 시간의 정성스런 시간 낭비를 시작해 보자.
Posted by 주책이
TAG 넋두리
연구소에 다니시는 어떤 박사님의 제안서를 도와 드릴 일이 있었는데,
이분이 작성한 문서들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제안서와 발표 슬라이드 모두 다...)

그 분이 작성한 것들은 도저히 초안(draft)이라고는 보기가 어렵고,
마치 생각의 단편들을 낙서해놓고 이들을 누더기 처럼 붙여 놓은 것 같았다.
마치 미술에서 사용하는 콜라주 기법을 제안서 영역으로 옮겨왔다는 느낌이랄까?
그나마 콜라주는 작은 부분들이 모이면 의미있는 형태가 만들어지지만,
내가 받은 문서는 안 그랬다. 그냥 누더기의 이어붙임 그 자체였다.

사실 내가 이분께 도와 드리겠다고 수락한 것은 문서의 조판, 서식과 그림 배열 같은 것들을
정돈해 드리겠다는 의미였지, 중구난방으로 쓴 내용을 재작성까지 해주겠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보통 제안서나 보고서를 쓰려면 스토리 라인을 계획한 이후에 작성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분은 그런 사전 단계가 없이 즉흥적으로 작성하신 것 같다. (일기나 수필 쓰는 것도 아니고...)

도데체 개요를 만들고 작성한 것이 맞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왔지만,
연배가 나보다 한참 위인 분한테 차마 그런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중요한 제안서인 데다가, 안쓰러운 마음까지 더해져서, 열심히 수습은 해드렸는데...
정작 이분은 수습해준 사람이 감내했을 정신적 끔찍함은 모르는 것 같았다.
다르게 표현하면 최종 완성본들을 보고 흐뭇해만 하는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 할 때 마우스와 키보드를 부지런히 움직이기 보다,
대문 앞에 시즈포랑 미사일 터렛 잔뜩 깔아놓고 혼자 좋아하고 있는 그런 스타일?)

R&D 직군 종사자들에게 문서 작성은 전체 업무의 40%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문서화 작업을 여럿이 할 때 자신이 대충 해 버리면 결국 다음 단계의 파트너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이 분은 그것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뒤에 사람(나?)이 수습해줄 것을 예상하고 알면서 안한 것일까?
지금까지 알고 있는 그분의 모습으로는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지만,
만일 후자에 속하는 분이라면 앞으로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다음 번에도 뭔가 부탁하면 그때는 기준을 정하고 조금만 도와줘야겠다.
이후에 그분의 response들을 보면 성향이 분명해 지겠지.
일을 못하는 분인지... 안하고 떠넘기는 분인지...
Posted by 주책이
실험실에 택배가 왔다.
마침 주인이 자리에 없어 "저 자리에 놓아주세요." 라고 얘기 했는데,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택배기사 아저씨가 인상을 쓰더니 문앞에 툭 놓고 나간다.
큼지막한 일은 아니지만 기분이 나쁘네?

문제의 본질은 대접을 해주느냐, 아니면 받느냐의 차이인 것 같은데,
그분은 자신의 나이를 생각해서 누군가가 뛰어나와서 받아주는 것을 바랬던 것 같고,
나는 무심결에 그분이 물건 받을 사람 자리에 놓아주기를 바랬던 것 같다.

사실 내가 뛰어나가서 받아도 크게 문제가 없을 일이다.
하지만 택배 배달 역시 서비스 업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손님에게 대접 못 받았다고 인상 쓰는 그 아저씨 또한 경우 있는 분 같지는 않다.
나이도 있어 보이는 분이 택배일 시작한지 얼마 안되셨나?
다른 기사님들은 주인 자리 알려주면 잘 놓고 가시던데...

자존심 센 택배기사 아저씨 덕에 기분 상할 손님 몇 있겠다.
이왕 서비스직으로 일하시는 거, 손님에게 대접 받겠다는 심보는 뭔지...
거기다 손님에게 인상 쓰면 회사 얼굴 먹칠하는 것인데...
Posted by 주책이